2007년 1월호 목차

 

 

 

 
 

 

 

 

 

  

 

 

<음악 칼럼>

4에 대한 음악적 고찰

신 동 헌

동양인과 서양인이 한 가지 대상을 놓고도 서로 상이한, 심한 경우에는 정반대의 관점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먼저 숫자에 대한 차이를 살펴보자. 한자권 나라에서는 넷을 뜻하는 「사(四)」라는 수를 「기수(忌數)」라고 하여 몹시 꺼린다. 아마 발음이 죽을 사(死)와 같아서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현대식 건물, 호텔에서까지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4」가 아닌 「F」로 표시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의 4에 대한 관점은 동양과는 정반대이다. 서양에서 4라는 숫자는 예로부터 아주 고귀하고 신성한 것을 의미한다.
옛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신은 여러 신들을 휘하에 두고, 인간 사회의 모든 생활을 지배한 주신인데 이름이 네 글자로 되어 있다. 또 이스라엘 민족의 유일신 여호와를 서유럽인들이 표시할 때 「YHWH」 네 글자로 적는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중간 이름 「Amadeus」의 「deus」 역시 라틴어로 신 또는 천제를 뜻한다. 네 글자로 표기되고, 「Ama」는 사랑이란 뜻이니 모차르트는 태어나면서부터 신의 사랑을 받은 신동이었다는 평이 나올 만도 하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방향은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나누고, 계절도 춘하추동 4계절로 나누고 있으니 방향이나 계절에 대한 관념은 동서양이 같은데, 하여간 4라는 숫자가 삼라만상을 구성하는 기본적 숫자라고 생각된다. 서양 음악에 4가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좀더 파고 들어가 보자.
필자는 음악 이야기에 철학자를 들먹이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철학자들이 음악에 수의 개념을 도입한 것에 관심이 가기에 그들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살펴보겠다. 먼저 J.S 바흐보다도 39년 전에 태어난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수학자였던 라이프니츠(Leibniz, 1646-1716). 그가 수학에서 이룬 공로는 네 살 위인 영국의 뉴튼(Newton, 1642-1727)이 발명한 미적분학을 확립한 것. 그는 음악의 근거를 수가 음악 속에 감추어져 있다는 것에서 찾으려고 했으며 음악이란 정신 자체는 의식하지 않는 수학적인 심적 행동이라고 했다. 어딘가 형이상학적인 냄새가 나서 필자에게는 알쏭달쏭한 이야기이다. 같은 독일의 철학자이면서 라이프니츠보다는 142년 연하인 쇼펜하우어의 음악에 관한 수학적 해석이 훨씬 구체적이고 이해가 용이한 것 같기에 그의 주장을 좀더 길게 인용하겠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모든 물체나 조직체는 지구에서 발생했으며, 지구는 물체를 걸머지고 있는 원천인, 즉 음악에 있어서 기음(基音)과 그의 고음(高音)과의 관계와 동일하다. 세계를 구성하는 네 개의 본질은 광물계, 식물계, 동물계, 그리고 인간계이다. 남녀 혼성합창의 기본형은 저음부로부터 고음으로 올라가면서 베이스, 테너, 알토, 소프라노 이렇게 네 가지 성부로 되어 있다. 그 구성이 먼저 서술한 세계의 네 가지 본질에 상응한다. 즉 베이스는 광물계, 테너는 식물계, 알토는 동물계, 소프라노는 인간계에 해당한다. 4성 합창에서 최저음부인 베이스가 위의 세 성부보다 훨씬 떨어져 낮은 데에 있는 것은 자연계에서 무기물인 광물, 유기물인 식물, 동물, 인간과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과 같다』
그럴듯한 이론 같기도 한데 필자로서 좀 불만스러운 것은 여성을 유기물 중에서도 지능을 갖춘 인간, 동물에 비유했고, 남성을 식물, 광물에 비유한 점이다. 염세 사상에 빠져 여성을 극도로 혐오하고, 비하했다는 쇼펜하우어가 음악 분야에서는 어째서 그런 비유를 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여간 쇼펜하우어는 음악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은 철학자였다고 하며 음악가들에 대해서도 쓴소리, 단소리를 마구 퍼붓는 인간이었다. 바그너와의 사이도 좋지 않았던 모양. 누가 바그너한테 『음악 분야에서의 쇼펜하우어는 어떤 사람입니까』하고 물은 즉, 바그너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그는 아마추어야!』 필자도 이 일화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음악 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음악 칼럼을 쓰고 있으니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경구처럼 여겨지는 한마디이다.
끝으로 서양 고전 음악에서 4의 역할을 좀더 가까운 데서 찾아보자. 우선 떠오르는 것이 18세기 후반 고전파 양식의 형성에 가장 중요한 공헌을 했다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하이든(1732-1809)이다. 그의 공적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공연에서 보너스 정도의 대접을 받으며 관현악으로만 연주되었던 보통 3개 악장의 「심포니아」, 또한 귀족들의 만찬 등에서 응대 오락용으로 연주되어 왔던 보통 5개 악장으로 된 「디베르티멘토」를 정리하여 미뉴에트가 하나만 끼는 4개 악장의 「심포니」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를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이유이다. 그뿐만이 아니고 현악 4중주곡 클라이버 소나타 등의 영역에서도 중용되는 소나타 형식을 확립한 공로도 그에게 돌아간다.
소나타 형식도 기본은 네 개 부분으로 되어 있다. 즉, 제시부(게시부라고도 함), 전개부, 재현부, 종결부이다. 1780년대 후반 즈음부터 제1 악장 제시부 앞에 느린 서주부(도입부라고도 함)로 개시되는 곡들이 생겼는데, 그것은 이른바 서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며 소나타 형식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어쨌든 그 시대로부터 200년이 넘는 현재에 있어서도 동양인인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음악 중에 소나타 형식으로 된 것이 제일 많고, 그 형식 역시 4를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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