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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로호 실패의 교훈
항우연을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鄭善鐘 <전 ETRI 원장>

우주개발 사업 3분류

지난 8월25일 나로도 발사 기지 건설 후 처음으로 시도한 우리나라 위성 발사가 실패로 끝나 아쉬움

을 남겼다. 기술 작품들은 실험실 계산대로 들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우주 시스템은 발사

대를 일단 떠나면 고장이 나도 고쳐서 다시 시도할 수 없을 뿐아니라, 성공 아니면 전부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그러나 우리 나라 우주개발 역사에는 매우 의미 있는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우주개발 사업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중저궤도 이용 사업, 정지궤도 이용 사업,

그리고 태양계 별 탐사 사업이다. 중저궤도 이용 사업은 지상에서 250~2,000km 고도의 지구 궤도를

인공 위성체가 원형이나 타원을 그리며 선회하면서, 지구 표면 또는 대기권을 광전자파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사진으로 찍어, 군사 목적으로 쓰거나 지구 자원 개발, 기상예보, 혹은 대기권 연구 자료로

쓴다.

나로 호가 올리려 했던 과학위성도 저궤도 위성에 속한다. 우주 망원경이나 국제 우주 정거장처럼

복합 위성 설비를 저궤도에 올려 놓고 우주 환경 실험을 하기도 한다. 요새 많이 보급된 위치 추적

이나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중저궤도 군사 위성 기술이 상용화된 예다.

그 외의 군사 목적 위성은 고출력 에너지파에 의한 지상통신의 도청·교란, 전자회로 파괴 등 다양한

이론적 가능성이 존재한다.

적도 상공 36,000km 고도의 정지궤도는 수100 개의 방송통신 중계 위성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정지

궤도 위성은 고도가 높아 지구 자원 정보 수집에는 한계가 있고, 고공의 무선 중계탑 역할로서 가장

실용화된 위성 사업이다. 우리 무궁화 위성들이 여기에 속한다.

태양계 탐사 사업은 지구 궤도를 멀리 벗어나 별들을 탐사하는(Deep Space Probe) 연구 사업으로

달·화성·목성 탐사를 시작으로 궁극적으로는 우주의 신비를 풀고자 하는데 주목적이 있는 장기 우주

개발 사업이다. 미국이 60년대 말에 성공한 달 착륙선을 제외하고는 지구 귀환이 불가능한 1회용

탐사 위성이 대부분이다.

우주 산업은 80년대 냉전체제 붕괴 후 미국과 러시아가 군사 목적 우주개발 예산을 줄이면서 상용

화에 비중을 늘린 후, 90년대 중반부터 우주 기술의 상품 시장 경쟁은 과열 상태가 되었다. 한편 군사

기술로 묶여 있던 핵심 기술들이 상용 혹은 평화이용 목적으로 풀리면서 신흥 경제국의 우주개발은

수월해진 면이 있으나, 막대한 투자 부담을 시장 논리로 정당화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오히려 가중되

었다고 볼 수 있다.

사고 원인 정밀분석 필요

우리나라는 민간 분야 우주기술 개발이 정부 차원에서 시작된 것은 1989년 항공우주연구원이 설립

되면서부터라고 생각한다. 그 간 대내외 제약으로 20년 간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열악한

환경과 적은 예산으로 축적한 경험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 나로 호 발사는 저궤도용 발사체 기술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시행된 하나의 시험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시험 발사라 해도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들어 간 1회용 제품이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요구조건은 실용위성 발사와 비슷하게 설정된다. 실패로 끝나 아쉬움이 남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서

는 실패의 마무리가 중요하다.

한편 발사체 관련 기술을 배운 것은 결실이지만, 탑재체가 실종된 우주 발사에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은 안 쓰는 것이 좋을 것같다. 페어링 장치 기술이 복잡도가 낮다고 해서 분리 실패를 사소한

오류로 보면 안 된다. 오류가 크든 작든 간에 결과는 전체를 잃는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은 오류도 걸러 내지 못할 정도로 품질관리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지 챙겨봐야 할 것이다.

1단계 발사체의 문제인 지, 2단계 고체 로킷의 문제인 지, 아니면 페어링 분리 오류가 유일한 문제인

지는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는데, 러시아와 우리 연구원들 간에 협조가 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주 기술의 요체는 발사체에 있다. 나로 호는 3,600Km 를 올라 가는 정지궤도 운반체가 아닌,

300Km 고도의 저궤도 운반체이므로 추진력이나 제어 기술 면에서 비교적 간단하고 50여 년 숙성된

기술로, 대체로 일반화된 기술이지만, 핵심 기술은 유사점이 많아 우리 기술로 정착되려면 거의

비슷한 비용과 체험을 통한 노력이 필요하다.

개발에서 구매로 변질

나로 호(KSLV-1)는 러시아가 70년대에 사용하던 군용 로킷을 저궤도 상용 발사체로 바꾼 것이다.

공동 개발을 통하여 핵심 기술인 엔진과 연료 관련 기술을 이전받는 것이 당초 목적이었는데, 그 후

여건 변화로 현지 공동 조립에 의한 구매 형식이 되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KSLV-1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기술 도입식 공동 개발 계획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러시아 기술의 서방 기술과의 호환성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었다. 영어

에 소원한 러시아 기술자들과의 현장 소통 한계, 제한적으로 영문화된 기술 문서, 러시아 고유의 우주

기술 규격, 그리고 러시아의 경직된 상거래 관행 등으로 국내 산업체가 토착화시키는 데 필요한 비싼

투자 등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우주 사업은 발사체에서 비롯되는데, 발사체 원천 기술이 없다면 외국 의존도를 높여, 우주기술 보유

의 목적인 전략적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다. 미국보다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러시아 우주 기술이지만,

서방 기술 규격과의 호환성 문제 때문에 서방 국가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우리가 필요한 핵심 기술은 액체 연료 엔진인데, 소련 해체 후 침체되었던 러시아 우주 산업에 90년

중반부터 서방 자본이 직간접적으로 많이 투자되어, 발사체 기술 이전이 러시아의 독자적 결정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 당시 대외적인 상황 때문에 발사체 기술 일부를 배우는 조건이라도 러시아

가 가장 유리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KSLV-1 공동 개발 체결 후부터 독자 기술 축적 기회를 잃

은 것을 많이 아쉬워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3년 계획이 4년 남짓이나 지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이다.

나로도 발사장 준비 과정에 많은 러시아 기술자들이 와서 시험 발사를 지원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현지 개발 과정에서 우리 연구원들의 참여가 제한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기술 개발은 신뢰도와의 싸움이다. 시행착오가 따르는 수 차례의 단계적 시험 발사를 통해

비로소 숙성된다. 기능 모델 하나 개발하는 비용보다, 반복되는 현장 시험 비용이 더 들어 가는 것이

우주 시스템 개발이다.

선진국이 기술을 이전해 준다 해도 국내 산업 인프라에 의해 핵심 부품을 스스로 만들어 보고,

조립과 검사를 해서 여러 차례 쏘아 봐야 비로소 우리 기술로 축적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이나

계획에 일관성과 인내가 있어야 한다. 2~3차례의 연속적 시험 발사 성공 후 비로소 실용 자격을 얻는

것이 국제 관례이기도 하다. 일본의 우주기술 개발사를 읽어 보면, 패전 직후부터 동경대학에 작은

실험실을 꾸며 놓고 1Km에서 100Km 고도 로킷 실험을 300회 이상 했다고 한다.

나로 호는 기존 발사체를 개조하면서 설계 상 일부 수정이 있었고, 탑재 위성, 2단 고체 로킷, 지상

관제 시스템이 개발 주체가 서로 다른 데다, 전자 부품과 지상 제어 시설이 최신 기술 제품으로

교체되었기 때문에, 현장 시험 과정에서 어려움이 이례적으로 많았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나로

호는 체계 신뢰도의 성취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신뢰도와의 싸움

우주 시스템 발사는 한강변 불꽃 놀이 처럼 다분히 정서적인 성격이 강해, 정치·사회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된 사례가 많다. 8월 19일과 25일 발사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성공의 환희 속에서 문제점들은

아마 모두 잊혀졌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한국의 투자로 상용화에 성공한 저궤도 발사체

「앙가라」를 한국에 계속 판매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나로 호는 러시아에서 곧 실용화되겠지만, 첫 시험 발사 카운트 다운에서 연기되고, 다시 궤도

진입에 실패함으로써 러시아가 겪어야 할 정서적 부담을 우리가 떠안은 결과가 되었다.

지금은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기술이 부족하다는 걱정

보다는 추진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산과 정책 지원의 명분으로 정부가 연구 사업을 지나치게 간섭하면 연구원들은 창의력을 잃고,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도 접고, 자신감마저 잃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개발 예산이 장기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목표를 실적 위주로 부풀리고 능력을 과장하게 된다.

이번 발사 과정에서 나타난 광경을 지켜 본 후 떠오른 몇 가지 제언을 첨가하고자 한다. 최초 시험

발사는 27% 정도 성공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실용 발사처럼 온 국민에게 성공 기대

감을 부풀린 일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둘째로, 우리 발사체를 이용한 최초 우주 발사라 하여 온 국민이 자부심과 기대에 차 있는데, 수많은

러시아 기술자가 현장에 보이는 반면, 우리 연구원들이 뒷전에 있는 모습은 보기에 안타까웠다. 분야

별로 책임자급 7~8 명이면 족할 터인데, 200명이 넘는 러시아인들이 와야할 이유가 있었을까?

더구나 TV 생중계에 카운트 다운까지 러시아어로 하다니. 우주 개발 목적에는 국위 선양과 자긍심

고취도 포함되어 있다.

2호기 도입 신중하게

나로 호 2호기를 다음해 5월에 들여 와 다시 시험 발사하는 계획도 보다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 9개

월만에 2단계 로킷과, 탑재체를 완벽하게 준비하기에는 좀 짧은 시간이라 생각된다. 한 걸음 더 나아

가 나로 호 발사체는 우리 것이 될 수 없다면, 러시아가 그들의 발사체를 두 번씩 우리 땅에서 시험

하게 하는 것으로, 우리가 더 배울 것이 무엇인 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보다는 9년 후인 2018년

KSLV-2 개발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지금 지혜를 모으는 것이 더 유익한 일이 아닐 지 모르

겠다.

앞으로 항공우주연구원은 첨단 기술을 연구개발하거나 사업과 기술 축적 관리에 진력하고, 저궤도

발사체 같은 기존 기술 도입과 개발은 산업체의 역할을 늘리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우리

나라의 일류급 조선·정밀기계·중화학·군수산업·전자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나로 호 정도의 발사체

개발은 국내 기업이 충분히 해 낼 수 있다고 본다.

실적에 쫓기기 보다는 실패가 허용되는 연구원들의 개발 계획도 정부가 수용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여타 상용 기술을 개발하는 대덕의 국책 연구원들과는 달리 항공우주연구원은 총리나 대통령 산하에

두고 보호막을 쳐 주어야 한다고 모두 입을 모으는 것도 정부가 경청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주기술 시장은 무기 시장과 겹쳐져 있고, 논문과 특허 숫자로 경영이 평가되는 현행 정부 출연

연구소 관리법으로는 많은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마침 올해가 항공우주연구원 설립 20주년인데,

설립 취지며 제일의 목표인 발사체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 지를 곰곰이 따져 보아

야 할 때이다. 나로 호 발사가 우리나라 우주 개발에 새로운 출발을 위한 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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