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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출구 전략에 가려진 곳은 없는가

김 덕 중 <언론인·한국산업문화연구소장>

정 치
■개헌(改憲) 논의

국회 헌법연구자문위가 엊그제 헌법 개정안 시안(試案)을 내 놨다.

그 대강을 살펴 볼 필요를 느낀다.

먼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전원을 국회에서 뽑도록 하자는 내용은 좀 생뚱맞다는 느낌이 든다. 선출

과정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 보겠다는 명분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국회가 대법

관 전원을 선출할 경우 다수당에 의해 법원이 영향을 받는 사법부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는 반론에

나도 동의한다.

또 대법관이 정치 이념에 따라 뽑히게 되고 결국 사법부가 국회에 휘둘려 3권분립 정신이 훼손될

것이란 목소리에도 오류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자문위는 또 이른바 2원정부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의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후자

(後者)는 우리들에게 매우 낯익은 것이다. 다 알다시피 건국 이래 4·19혁명 직전까지 헌법은 대통령

중심제란 이름 아래 이 제도를 시행케 하고 있었다.

이승만의 장기집권 야망으로 이게 내각책임제로 바뀌었고, 또 헌법은 쿠데타로 얼룩졌었다. 이른바

민주화가 성취된 뒤 지금의 5년 단임 대통령제란 다소 기형적인 시스템 아래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이 기형 헌법은 반드시 적어도 2년 안에 개정되어야 할 것이란 점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듯

보인다. 자문위는 대통령제와 2원정부제로 압축, 국회는 물론 국민 일반의 여론 추이를 지켜 보고

있는 것 같다.

두 제도 모두에 장·단점이 걸쳐 있어 선뜻 한 가지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제는 우선 대통령

의 강력한 통치력으로 국가 발전에 일로(一路) 매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여기

에 매료돼 있는 것 같다.

반면 권력이 너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어 독선, 더 나아가 독재를 부를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가령 이승만과 박정희 등의 독재를 되돌이켜 보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지금껏 우리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2원정부제 쪽에 매력을 느낀다.

대통령과 총리를 둘 다 국민이 뽑아서 좋고, 권력도 양분시켜 놓은 것이 마음에 든다. 대통령에겐

외교와 국방을, 또 총리에게 내정(內政)을 맡기는 건데, 오래도록 프랑스가 실시해 오고 있다.

어찌 반론이 없을 수 있으랴. 무엇보다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달라 이른바 동거 정부가 되면

그 혼란을 어찌 하느냐고 되묻는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경 제
■낙관론의 함정

한국경제가 어둡고 긴 터널로부터 빠져 나와 마침내 그 출구(出口)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들은 당장 이른바 출구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며 목청을 드높이기도 한다. 그 동안 쏟아 부은 재

정 지출을 억제하고, 너무 낮은 금리도 올려 물가상승 기류를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요컨대 실기(失機)해선 안 될 것이라고 이들은 조바심 친다.

이들 경기 낙관론자들이 제시하는 각종 경제지표들을 들여다 보면, 일면 수긍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가령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0.7% 늘었고,

전달과 견줘서도 2.0% 늘었다.

이로써 지표 상으론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생산이 늘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80% 가까이로 치솟았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란 것도 5개월 연속 상승 움직임을 나타냈다.

출구 전략론자들은 마지막으로 획기적인 GNI(국민총소득) 증가율을 들이댄다. 지난 2분기 실질 국민

총소득 증가율이 21년여만에 가장 높아졌다는 것이다.

2분기 실질 GNI가 전분기 대비 5.6%나 증가, 1988년 1분기(6.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이들은 어깨를 들썩인다.

나는 왜 이들이 출구 직전의 음지들엔 주목하지 않는 지가 자못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투자가 동결

(凍結) 상태에 놓여 있다.

7월 설비투자는 11.6% 감소로 돌아 섰고, 전년동월 대비론 18.2%나 격감했다.

이 대목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음울한 미래를 연상케 한다.

지금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마디로 경기호전 여부에 관한 확신이 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이 그 동안 얼마나 기업들의 투자 증대를 호소해 왔는가?

경기 회복을 기원하는 국민들의 여망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기업들은 꿈쩍도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에게 돌팔매질을 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이다.

기업들은 이윤 없는 곳에, 더구나 손해 볼 데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 정부가 더 좀 정교한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

사 회
■인륜(人倫)의 파괴


조선 왕조를 통틀어 최대 엽기적 사건이라 할 범죄가 하필이면 성군 세종(世宗) 치하에서 튀어 나온

건 참말 아이러니컬하다.

어느 날 세종은 지방으로부터 올라 온 장계를 들여다 보다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충청도 땅 어느

오지에서 웬 술에 만취한 자(者)가 제 아비와 말다툼 끝에 그 생부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것이었다.

세종의 조처는 제신(諸臣)을 경악시킨 걸로 기록돼 있다.

흉악범을 능지처참시킨 건 물론이고, 바로 그 자(者)를 중심으로 한 구족(九族)을 멸(滅)한 뒤, 살인

현장인 집을 무너뜨려 그 흔적조차 찾지 못하게 했다.

아마도 세종은 인륜이 파괴된 데에 철저히 응징, 후세에도 아울러 경고를 내린 걸로 짐작된다.

세종이 처리한 또 하나의 파렴치범 경우를 보면 전자(前者)와 견줘 너무 가벼운 게 아닌가 의심된다.

다들 잘 아는 어우동(於宇同) 사건-.

이 여인은 사대부 집안 유부녀로 뭇 양반 사내들과 놀아 났다.

세종은 어우동만을 거열형(車裂刑)에 처하곤 이쯤에서 사건을 묻어 버렸다. 요즘의 간통죄 폐지

움직임 등과 관련지어 보면 그의 선각(先覺) 기질을 보인 건 아닌 지 모르겠다.

세종 치세로부터 수 세기가 흐른 요즘, 또 인륜 파괴 사건이 터져 사람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생후

사흘밖에 안 된 아기를 마치 쇼핑 몰의 상품인 양 이리저리 팔고 다닌 사람들이 경찰에 붙들렸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28세 된 여자와 22세 된 남자가 무작정 동거 생할을 해 왔다. 그러다가 덜컥

딸 아이를 낳았다.

이들은 병원비도 없던 판이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26세 된 여인에게 단돈 200만 원을 받고 아이를

팔아 넘겼다. 이 여인은 또 역시 인터넷으로 지면이 있는 34세의 여자에게 웃돈을 붙여 아이를 되

팔았다. 그 값이란 게 고작 465만 원, 265만 원의 이문(?)을 남긴 셈이다.

만약 세종 임금이 이 사건을 맡았다면 그 결과가 어찌 되었을까? 중형이 떨어졌을 것이다.

네 사람 모두에게 사약이 내려졌을 는지도 모른다. 까닭은 간단하다.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윤리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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